[도서비평] 한자로 풀어보는 한국고대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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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한자로 풀어보는 한국고대신화
  • 승인 2007.11.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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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통해 새로 쓰는 한국 고대사

역사는 그 시대의 인간이 이루는 모든 문화를 대변하기 때문에, 그 시대의 인간이 가지는 의식의 총화라 할 수 있다. 그 의식이 갖는 문화적 결집이 고대에는 신화라는 형태로 남아있게 된다.
그러기에 신화는 그 공동운명체가 갖는 선험적(先驗的) 약속에 의해 문화발전의 궤적(軌迹)을 갖게 되며, 그것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에게 변화되고 또는 변화되지 않는 공통된 신화로써 기록되고 전달된다.

이러한 기록문화가 아시아의 문화권에서는 한자(漢字)라는 독특한 요소로 남아있게 되는데, 한자가 가지는 상형(象形)이라는 독특한 양식이 문자의 생성과 더불어 당시의 생활문화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그 가운데 갑골문자(甲骨文字)의 연구와 더불어 금석문자(金石文字)의 연구는 고대의 역사나 문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 쇠로 만든 종이나 돌로 만든 비석 따위에 새겨진 글자를 분석하여 당시의 역사를 재구성함으로써 정확한 문헌자료가 별로 많지 않은 고대사(古代史)를 해명하는 데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다.

특히 중국 등에서는 사건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한 석비 등의 금석문(金石文)이 성행하여, 문헌이 풍부하게 발견된 후에도 무시할 수 없는 사료(史料)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때로 문헌상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석학(金石學)은 해독으로 시작하는 그 자체(字體)나 서법(書法)의 연구, 문자가 새겨진 기물(器物)의 연구, 사료(史料)로서의 연구 등 그 분야가 아주 넓다.

기존의 금석문의 연구로는 신라 진흥왕의 북한산 순수비와 황초령 순수비의 비문을 판독·해설·고증하였던 조선 후기의 김정희가 쓴 금석문 연구서로서 금석과안록(金石過眼錄)이나, 800여 점에 달하는 금석문을 고구려·신라·고려·조선으로 나누어, 금석명호(金石名號)·찬인성명(撰人姓名)·서인(書人)성명·수집연월일·소재지명을 조사하고 기록한 대동금석명고(大東金石名考)나, 조선시대에, 오경석이 신라 이후의 금석문을 수집하여 연대, 저자(著者), 찬자(撰者) 따위를 고증한 삼한금석록(三韓金石錄) 등은 유명하다.

또한, 1913년부터 1919년까지 일본의 학자 가쓰라기 스에하루(葛城末治)가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대표적인 금석문을 모아 엮어 간행한 조선금석총람(朝鮮金石總覽) 같은 우리나라의 금석문 연구는 적잖은 역사를 가지고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고대사에 대한 문자적 접근이 결코 쉽지는 않았으며 그것이 역사규명의 역할을 하기에는 미미하였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한자를 통해 새로 쓰는 한국 고대사이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한자의 뜻풀이는 대부분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천명하며, 한자는 원래 한국어를 사용하던 동이족이 만든 것이라는 차원에서, 한국말을 모르면 그려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한자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우리 역사를 증거하는 바로미터로서의 한자풀이는 문자 이전에 말이 있었다는 초보적인 이치에서 출발한다는 논리적 근거로 설명되고 있음이 흥미롭다.

한자에 대한 지금까지의 오해와 편견에 용감히 도전하는 이 책은 ‘우리의 문자’, ‘우리의 신화’를 복원하는 장구한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자 속에 담긴 오천년 비밀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여기, 한자의 주인은 한(韓)민족이었음을 당당히 선언하노라!”는 저자의 말에 우리는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음을 책을 넘겨가며 충분히 느낄 것이다. <값 1만2천원>

김홍균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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