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학과생 유급 사회문제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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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학과생 유급 사회문제로 비화
  • 승인 2003.03.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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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강공투쟁에 한약사회 약사법 개정안 제출, 진화 모색

한의계-한약사 처우개선 모색, 공청회 개최도 고려

한약사의 영역 확대와 관련 한약학과생들이 유급시한을 넘기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결방안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한약학과생들은 지난 9월부터 자진 폐과 결의를 하는 등 수업거부로 이미 지난 12일로 유급시한을 넘긴 원광대를 비롯해 우석대(19일)와 경희대(26일)도 유급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유급될 위기를 맞고 있다.

한약사회(회장 이주영)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 학생들의 유급사태를 ‘생존권 차원의 자구책’이라고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유급사태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아 타협안으로 약사법 개정을 청원했다”고 밝혔다.

청원서상에 나타난 한약사회의 요구사항은 △한약국의 설립근거 마련 △한약사회 설립근거와 연수교육의 명문화 △한약을 개봉금지 예외대상으로 명시할 것 등을 적시해 의약분업 일시 명시, 100처방 규제 철폐 등을 요구했던 이전의 요구에 비해 상당히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한의계는 한약사회의 요구사항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아 긍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한의협 최환영 회장은 “한약사의 처우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서 “한약학과 폐과 문제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17일 열릴 전국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혀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약사회는 100처방 규정의 폐지와 의료일원화를 고집하여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약사법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한의협과 약사회의 의견이 달라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단체의 의견 차이는 100처방 규정 완화의 대상을 한약사로만 하느냐, 아니면 한약조제약사를 포함시킬 것이냐의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약사회는 한약국 명칭으로의 개정을 반대할 것이 예상되나 명분이 적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약사법 개정 청원 소개의원인 김홍신의원측은 “법안이 아직 보건복지상임위에 계류중에 있다”면서 “15일 한나라당 의원보좌관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의원측은 “14일 현재 대체적인 분위기는 ‘한약학과 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된 만큼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태홍의원 주도로 민주당 보건복지위 의원보좌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여 이미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따라서 지금 상태대로라면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한약분쟁 9년이 지나도록 변화된 게 하나도 없어 관련단체와 정부에 대한 한약사회의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 자칫 감정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한약사회는 한의협과 싸울 일이 전혀 없고 사안 하나하나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생존권의 위기를 느끼는 한약사에게 1,2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길다”고 말해 인내와 타협의 여지가 많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이와 함께 신생 한약사회는 설립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재학생들의 분출하는 욕구를 조정할 능력이 부족해 유급사태의 조기해결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
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거나 적어도 개정의지만 보여도 극단으로 치닫던 유급사태는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광대 한약학과생 유급 우려

우석, 경희대 잇따를 듯... 학부모도 가세

취약한 한약사의 직능을 정상화시키려는 한약학과생들의 몸부림이 급기야는 유급으로 이어져 수 없는 유급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한의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원광대 한약학과생 92명(4학년은 제외)이 수업일수 미달로 12일 유급시한을 넘긴 데 이어 1학기 기말고사 거부투쟁을 시작한 우석대(129명)와 경희대(140명) 한약학과생 전원 19일과 26일 각각 유급될 예정이다.

유급에 직면한 한약학과생들은 “빠른 시일 내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한의사회와 약사회, 복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은 성명서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내놓은 글을 통해 직업적 애로를 호소한 바 있다. 그간에 발표된 내용으로 볼 때 한약학과생들은 장기적으로는 100처방 규제 완화와 의약분업 일정의 명시를 요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개업에 필요한 한약국 명칭과 한약사회의 설립근거 마련, 보수교육 의무화조항 신설 등을 내걸었다.

대한한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현재 248명의 한약사 중 한방병원에 취업한 한약사는 단 1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히고 “설 자리가 없는 한약사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불법조제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해 처지가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어느 한약학과생은 “자기 나름대로 목표를 정하고 들어온 대학인데 현실은 너무나도 괴리가 크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더이상 자기를 속이지 말자’고 다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의계에서는 한약학과생의 진로를 개척해주고자 한방병원 등에 한약사 채용을 권장했으나 이미 양약사가 근무하고 있어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당장 한약사의 진로가 불투명해지자 한약학과생들은 차라리 한약학과를 폐과시켜 양약학과와 통폐합하자는 논의가 흘러나오는 등 학과의 장래가 매우 어수선한 모습이다.

그런데도 양약계는 흔들리는 한약사제도를 다독거려주기는커녕 이들 어린 학생들을 부추겨 한약학과생의 양약사시험을 유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직능의 자질과 도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한편, 원광대의 유급은 내부적으로 유급이 된 것일 뿐 대외적으로 유급이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전례로 보아 방학기간 중 부족한 수업일수를 채우면 유급을 면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어 아직은 유급을 단정지을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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