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는 생물요법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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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는 생물요법①
  • 승인 2007.10.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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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물요법의 역사적 배경

생물요법이란 생물로부터 얻어지는 도구를 통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요법으로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living organism)를 치료도구로 활용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서양의학의 대두로 인해서 치료행위의 도구로써 자취를 감추거나 잊혀질 뻔한 다양한 생물요법은 서양의학의 한계로 인해 다시 부각되고 있고 상황이다.

생물들을 치료도구로서 활용함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그 태동을 같이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이 증명해 주고 있다.
한마디로 생물요법은 인간이 자연 속의 다양한 생물들과 공존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난 의료의 시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거머리요법

의료용 거머리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사용되었던 기록이 있다. 히포크라테스도 거머리를 이용해 사혈요법을 적용했다.
실제로 사혈요법은 중세유럽의 의학서적에 인용된 중요한 치료법 중에 하나였는데, 혈관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사혈을 유도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거머리가 적용되기도 해서, 19세기 프랑스에서는 1년 동안에 4천만 마리의 거머리가 환자들에게 적용된 적이 있다.

이렇듯 당시에는 거머리를 이용한 의료행위가 매우 유행하였으며 의학적인 치료기술이 때때로 거머리요법으로 대변되기도 했는데, 1825년과 1850년 사이에 거머리 요법은 유럽에서 절정에 달하여 거머리 공급이 고갈되기까지 했다.
1884년에 헤이크래프트는 거머리 침샘에서 히루딘(hirudin)을 동정분리하였으나, 현대의학에서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거머리요법이 거의 방치되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외과의사들에 의해 수지접합이나 조직재건술에 적용되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고,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의서에 등장하는 거머리요법은 기침법(기鍼法)이란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관련된 문헌을 살펴보면, 《경악전서》와 《본초강목》에서는 두진(痘疹), 악창(惡瘡), 단류(丹瘤), 옹종(癰腫), 적백류진(赤白游疹) 및 종독(腫毒)에 대해 거머리요법의 구체적인 시술방법이 기술되고 있다.
《동의보감》에도 기존의 서적을 인용하면서 거머리요법을 소개하고 있어, 거머리요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태생된 것으로 여겨진다.

■ 구더기요법

영화 <글레디에이터>에 등장하기도 한 구더기요법은 최근 매스컴을 통해 간혹 소개되어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생물요법의 일환으로 살펴보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몇 천 년 전부터 상처치료에 구더기를 이용해 왔고, 버마에서는 전통적으로 상처에 구더기를 올려놓고 진흙과 젖은 잔디로 덮어서 치료를 해 왔으며, 마야 인디언들도 구더기를 이용하여 상처를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쟁은 의학을 발전시킨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자연으로부터 얻은 새로운 치료법의 발견도 포함된다. 미합중국의 내전인 남북전쟁 당시 외과 군의관들은 구더기가 감염된 군인들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사망률이 낮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후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배치된 미국의 군의관인 윌리엄 베어가 구더기에 감염된 상처가 있는 군인들이 매우 좋은 컨디션으로 회복되는 것을 관찰하고, 이후 존슨 홉킨스 대학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많은 골수염 환자들에게 구더기요법을 시행하여 치료율을 높였다.

이후 매우 많은 의사들이 구더기요법의 효과를 인정하여 유행처럼 번졌으나, 1928년 플레밍에 의해 페니실린이 발견되고, 외과수술이 발전이 된 이후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상처치료에 구더기의 사용은 그 명맥을 잇지 못하고 세상에서 잊혀져갔다.
그러나 ‘medicus curat, natura sanat - 자연이 치료하고 의사는 이것을 보완할 뿐이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과 같이, 최근 항생제에 대한 내성과 외과적인 처치의 한계로 인해 화상이나 욕창 등의 상처치료를 위한 구더기요법은 다시 의연하게 부활하고야 말았다.

■ 자연에서 출발하는 생물요법

많은 사람들이 구더기가 정말 치료도구로 활용되는지, 거머리의 침샘에서 분비되는 히루딘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는지, 벌의 독은 얼마만큼의 면역안정 효과가 있는지, 닥터피쉬(doctor fish)는 정말 건선이나 피부염에 대한 치료 효과가 인정 되는지 등등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치료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아해 한다.
흡혈박쥐의 침샘, 치명적인 독사의 독, 아마존 원시림 속에 살아가는 독을 가진 식물들, 달팽이나 개구리 등의 피부로부터 분비되는 뮤신(mucin) 등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제약회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천연약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두꺼비의 독성분인 섬수(蟾수)를 약물로 활용하는 것도 이미 흉내 낼 수 없는 신약을 얻은 것이다. 이미 광범위하게 임상에 활용되고 봉독요법은 살아있는 벌의 독을 이용한 대표적인 생물요법의 하나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이자 보호막이면서, 먹이를 얻는 과정에서 당연히 만들어져야 하는 특정한 성분들은 수십억 년에 걸친 자연의 선택과 적응을 통하여 치밀하게 갈고 닦아진, 인간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산물인 것이다.

생물요법은 새로운 발견이 아닌 자연 속에서 얻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가치로움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치료의 근원은 자연에서 출발한다. 숙연한 마음으로 자연을 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물체를 대한다면 천연물 신약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제약회사인 자연은 우리에게 한없이 고마운 답례를 할 것이다.

다음호 예고 : 생물요법의 의학적 가치 - 동서양 의학의 한계와 그 대안

필자약력 : ▲경희대 한의대(한의학박사, 한방내과전문의) ▲경원대 한의대 외래교수 ▲한동하한의원 원장 ▲저서 : 알레르기 이별여행(지성사)

이메일 : gamchoo@hanmail.net
거머리요법 블로그 : http://blog.naver.com/hiru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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