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꽃아 꽃아 문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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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꽃아 꽃아 문열어라
  • 승인 2007.10.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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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눈으로 재해석하는 우리 신화 에세이

우리의 고대사를 들여다보면 그 시원(始源)을 얘기하는 대목에 들어서는 항상 신화(神話)와 접하기 마련이다. 신화는 현실적으로 오늘날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들이 설정되어 있어서 그대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입과 입으로 전해지는 오랜 역사의 기록이며 그 신화를 갖는 집단에게 구심점을 갖고 공동운명체로서 행동하도록 하는 선험적(先驗的) 약속이 내재되어 있다. 그 선험적 약속이야말로 또한 운명공동체로서 같은 역사를 이어나가는 문화적 발전의 궤적(軌迹)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느 국가나 민족에서와 마찬가지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 사이에는 그 집단에게 공통된 신화를 가지게 되는 것이니, 희랍신화가 그러하며 주변의 나라들이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요소를 갖추며 또한 수없는 변화를 거친 구전기록(口傳記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오늘날 역사연구의 기본단계를 신화에 두고 선진 유럽의 각 나라들은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짧은 역사 속에서도 미국은 신화연구의 선구적(先驅的)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차제에 우리 신화에 대한 에세이를 열어가는 이윤기의 작품은 우리 신화에 대한 이해에 접근하기 좋은 서적으로 권할 만하다. 그가 오랜 세월동안 유럽의 그리스 로마신화에 매료되어 젊은 시절을 보내고 이제 연만하여 늦깎이로 우리 신화에 접근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당연한 셈인지도 모른다.
음악도 오랜 세월동안 서양음악에 익숙하다 보면 나이 들어 우리 국악에 빠지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단군과 웅녀, 주몽과 유리 태자, 박혁거세와 알영,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등등의 이윤기가 풀어 쓴 우리 신화 이야기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자연스레 비교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놀랍게도 유럽과 같은 신화소(神話素)를 갖고 있음도 알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이를 통해 역사를 반추(反芻)할 수 있는 시각을 넓혀갈 수 있음이 의학사(醫學史)적인 의미를 새겨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해볼 만하다. 필자는 지난 호(10월 1일자) 이 난을 통해 ‘찾아보면 이같이 우리 의학에서도 마늘과 쑥처럼 신화와 더불어 역사 속에 등장하는 우리 약재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꽤나 발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하듯이 저자 이윤기는 우리 신화를 통해 잊혀진 역사들을 새로이 조명해 우리 앞에 보이고 있다.
말에 올라타고도 과실나무 가지 밑을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키가 작아서 과하마(果下馬)라고도 불리는 우리의 조랑말이, 고려시대 때부터 몽고족의 침입에 의해 들여온 것이 아니라 이미 주몽의 얘기가 펼쳐지는 고구려 시대부터 등장하게 되고, 그리하여 그것은 농경시대로 전환되기 이전의 수렵시대를 대표하는 한 모습이었음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하여 북방의 수렵문화는 남방의 어로문화와 접합되어 전반적인 혼란의 시기인 삼국시대를 거치다가 드디어 농경생활로 정착되는 고려시대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그 서장(序章)이 우리 신화에서부터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속에 존재하는 쑥과 마늘, 곰과 호랑이의 얘기로만 여겼던 설화들이 풍백(風伯)과 운사(雲師)와 우사(雨師)와 더불어 곡식(穀食)과 수명(壽命)과 질병(疾病)과 형벌(刑罰)과 선악(善惡)을 다스리는 원형(原形)으로써 후대의 모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그것 자체로 이미 역사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며, 인간이 갖는 모든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의 단편이었던 것이다. <값 1만2천원>

김홍균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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