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전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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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전통문화
  • 승인 2007.09.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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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세계 5대 테마공원에 선정되었다는 홍보물을 붙여놓은 놀이공원에서는 9월 7일부터 약 2개월 동안 ‘해피 할로윈’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필자에게는 ‘E.T’ 등의 영화에서 본 기억 외에는 생소한 외국의 명절인데, 아이들은 호박 가면을 보자마자 할로윈 소품임을 알아챌 정도로 친숙하다.

영어교육의 열풍과 함께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축제가 된 것 같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놀이공원에서 한국적인 문화는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물론 테마공원의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와 한가위 명절의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겠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하여라.’라고 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기분이 씁쓸하다.

도대체 할로윈이 무슨 날인데 한국의 어린이들에게까지 인기가 있는 것일까?
“10월 31일 밤에 행하는 서양의 연례행사. 오늘날에는 미국 어린이들의 축제로 유명하다. 밤이 되면 도깨비·마녀·해적 등으로 가장한 어린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초콜릿과 캔디를 얻어 간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대보름에 호두, 땅콩 등 부럼을 학교에 갖고 와서 깨먹는 친구들이 많았고, 추석에 먹는 송편 맛은 최고였다. 또한 쥐불놀이, 강강수월래, 차전놀이,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보고 즐겼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는 설날, 정월대보름, 추석, 동지 등의 전통 명절보다 크리스마스, 할로윈, 발렌타인데이 등의 서양 명절이 더 친숙한 것 같다. 제과, 완구, 게임 등 아이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의 마케팅 영향도 크겠지만, 일제 식민사관 이후 우리의 전통문화는 하루 빨리 바꾸어야 할 구습이라는 패배의식도 많이 작용한 것 같다.

한 때 이중과세라고 해서 전통의 음력설을 쇠지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고, 허례허식이라는 말로 좋지 못한 악습과 함께 소중한 전통문화를 버렸다. 관광 부분 적자가 점점 심해진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에게 자신 있게 내세울만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상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전통 죽을 판매하는 체인점에서는 동짓날에 ‘팥죽 데이’라는 이벤트를 한다. 11월에 1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판매한다는 과자 이름의 ‘○○○데이’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지에 팥죽을 사먹는 사람들로 붐비는 매장을 볼 수 있었다. 역귀(疫鬼)를 쫓는다 하여 붉은 색의 팥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팥죽 국물을 벽이나 문짝에 뿌리기도 하는 풍습도 잘 포장하면 할로윈 이상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저자 이윤기가 쓴 우리나라 신화 이야기 “꽃아 꽃아 문 열어라”가 7월에 출간되었다. 주몽과 유리태자,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등 우리의 신화가 서양의 신화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데, 그리스로마신화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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