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1] 治腫指南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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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1] 治腫指南②
  • 승인 2007.09.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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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외과술의 흔적을 찾아서

지난 주 이 자리에 『치종지남』을 소개하고 나서 뒤이어 지난 한 해 중국 北京과 東北3省 일대에 흩어진 우리 의서를 조사한 결과를 모아서 한권의 단행본으로 엮은 『해외에서 찾아낸 우리 옛 의학책』이 발행되었다.
간략한 서지정보와 얼마 되지 않은 이미지를 수록했을 뿐인 작은 소책자에 불과하지만 해외에 산재된 우리 민족의 자산을 되찾아냈다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은 듯, 주변 분들과 몇몇 언론사로부터 질문 공세를 받았다.

세인들의 관심영역으로부터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는데, 적지 않은 반향에 흐뭇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친 길에 지난 6일엔 작년에 동북지방을 실사하였던 성과와 체험담을 정리해 발표하는 세미나도 가졌다.
그럼 지난 회에 이어 이 책의 특징적인 내용을 더듬어 보기로 하자.
이 책은 그 구성과 내용면에서 치료시술을 위주로 기술되어 있어서 조선시대 의료현장의 살아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좋은 자료이다.

전문은 크게 目次, 卷之一 圖形, 卷之二 證治九十五, 卷之二 治法綱要九, 卷之二 用藥法十七 5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도형과 증치에서는 각종 창종의 절개도형과 변증 치료 과정을 언급해 놓았다. 圖形의 경우, 앞장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뒷장에는 설명이 기록되어 있는 형태를 보인다.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한 까닭에 여기에서 더 이상 상세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외에 시술시 주의해야할 점들을 ‘治法綱要’의 형태로 자세하게 기술해 놓았으며, ‘用藥法’을 따로 두어 외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점은 이 책이 풍부한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엮어진 임상서임을 보여준다.
用藥法은 다음과 같이 17가지의 내용으로 꾸며져 있는데, 用菜法, 黃광肉法, 豆腐附法, 馬兜鈴用法, 出梅子根用法, 楡白皮用法, 雉內金, 伏龍肝用法, 鷄卵膏用法, 用梧枝法, 白朮炙法, 用蟾灰法, 鹽湯沈引法, 鹽湯沐浴法, 竹筒附法, 丹知, 用黑狗皮法 등이다.

다만 이 책 안에는 침법에 있어서 침의 보사에 관한 언급은 찾아 볼 수 없으며 경락이나 경혈에 대한 명칭이나 설명도 많지 않다. 치료 수혈의 경우 구체적인 위치를 직접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자침의 깊이와 방향을 병증과 치료부위에 따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침과 함께 뜸을 사용한 경우도 보이지만 출현빈도가 매우 적다. 이것은 우리 의서에서 『針灸資生經』, 『世醫得效方』 등 뜸을 중요시했던 서적들을 많이 참고해 왔고, 실제로 『醫林撮要』 같은 의서에서 뜸을 많이 사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아있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을 직접 집필한 저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과 전본의 전래경위 등이 불확실한 점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명문이 발견되지 않아 구체적인 정황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책의 내용에 있어서 卷之一 圖形의 치료내용과 卷之二 證治의 내용이 상당부분 겹쳐있다. 물론 글자가 다르긴 하지만 치료 병증이라든지, 치료 방식들이 중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 책이 유사한 치법을 기록한 두 가지 이상의 전승 자료를 합쳐 편찬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필사본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점 또한 그림이 후대에 변형되었거나 첨부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이번 조사 판본은 중간 중간 필사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하였는데, 이는 필사 원본에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필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본문의 내용이 목차의 순서와 다른 부분도 보이는데, 이는 필사자의 오류인지, 새로 粧冊하는 과정에서 착간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번 조사를 통해 『治腫指南』이 지닌 의학적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중국과 일본에서도 조선의 외과술이 소중하게 여겨진 것이 분명하다.
이제 하루빨리 일본과 중국에 흩어져 있는 여러 판본을 조사 수집하여 조선 중기 외과학의 발전상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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