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0] 治腫指南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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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0] 治腫指南①
  • 승인 2007.08.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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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찾아낸 우리 옛 의학책

이번 호엔 어떤 책을 소개할까 망설이던 중 마침 오늘 그동안 1년여 남짓 공들여온 ‘해외 한국의학 지식자료 조사’의 결과를 모은 책자가 인쇄를 마치고 예쁘게 단장한 모습으로 도착했다.
그래서 그간 이 책 저 책 내심 순번을 기다리며 집필을 기다리던 대상 문헌들을 제치고 이 책자에 담긴 내용 중 한편을 골라 소개하기로 맘을 먹었다.

그간 이미 수집 조사한 것 중 『醫宗神農本草』, 『許宗宇經驗方』, 『丹溪醫書纂要』, 『鍼灸集書』 등 몇몇 잃어버린 문헌들을 소개한 바 있거니와 그 가운데서도 이 『치종지남』은 국내에 판본이 남아있지 않으며, 기존에 알려진 일본전본과는 異種寫本으로 보여 가장 주목을 끄는 白眉라 하겠다.
다만 중국 소장처에서 이용을 제한하여 원본의 이미지나 사진촬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 전모를 전해드리지 못하는 점이 애석할 따름이다.

『治腫指南』은 알다시피 종기치료에 대한 외과전문서이다.
이 책의 간행본은 현재 망실되어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필사본만이 일본 京都大學 圖書館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서 가져간 간행본이 후대에 필사되어 전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필사본에는 저자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任彦國 혹은 그의 제자들의 저작으로 추정되고 있다. 任彦國은 중종∼명종 연간에 활약한 외과의로 전라도 井邑에서 世居하였다고 하며, 외과술에 능통하였다는 사실 이외에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일찍이 江戶시대 고증의학자인 丹波元簡은 일본 養安院에 소장되어 있던 임진전쟁 때 약탈한 朝鮮참本을 필사하고 책 말미에 識語를 남겼는데, 여기서 그는 이 책이 조선 任彦國의 저술이 틀림없다고 적었다.
현재 국내에는 임언국의 저술 『治腫秘方』이 전하는데, 1559년(명종 14) 당시 전라감사로 재임하던 安瑋(1491~1563)가 錦山에서 목판본으로 간행한 것으로 오래 전에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245회, 조선 자생외과수술법의 흔적, 2005. 5. 16일자)

이번 조사에서 중국에 소장되어 있는 『治腫指南』을 조사 열람할 수 있었다. 보존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였으나, 기대했던 저자나 간행경위를 알 수 있는 서지 정보는 발견할 수 없었다. 또 자료의 복사를 시도하였으나 도서관측의 허락을 받지 못했고 다만 열람만 가능하였다.
이 책은 조선시대 외과적 처치기술의 발전상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자료의 접근성이 어려운 까닭에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간략하게나마 이 희귀한 책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治腫指南』은 그간 腫氣를 치료하는 서적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내용을 열람한 결과 종합의서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병증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물론 종기 등 외과질환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외과적인 破鍼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외에 여러 가지 병증에 대한 치법이 수록되어 있으며, 탕액을 제외한 침, 뜸, 기타 외치법등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내과질환에는 침법과 침구 치료 후의 보조요법들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주로 이용하였다. 針刺 후 부항단지(丹知)를 붙이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용례는 다른 의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전통의학의 특징적인 치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丹知’는 우리말의 ‘단지’ 즉 부항으로 사용하는 작은 그릇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런 우리말 한자어를 사용한 것으로 볼 때 조선의서임을 직감할 수 있다. 참고로 『治腫秘方』에선 ‘丹池’라고 표기했는데, 이 역시 借音하여 표기한 용례로 보인다.
아울러 부항을 붙이기 어려운 곳에는 대나무통을 활용한 ‘竹筒附法’을 소개하고 있어 瘡口에서 腫毒을 빨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했음 알 수 있다.
다음 호에서 이 책의 구성과 여기에 실린 내용 가운데 특징적인 면모를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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