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어린이날 놀이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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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어린이날 놀이공원에서
  • 승인 2007.05.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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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는 가정의 달 5월이 5,6일 황금 같은 연휴와 함께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어린이날 아침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는데도 고속도로는 벌써부터 정체가 시작되었다. 라디오를 들어보니 대부분의 도로들이 이른 아침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꽤 이른 시간에 놀이공원에 도착했지만, 정문 앞 주차장은 벌써 만차. 정문에는 놀이공원에 입장하기 위한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루 종일 모든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을 손목에 찬 사람들. 1년 동안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연간 회원권을 목에 매단 사람들….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들의 권익을 위해 주창한 어린이날이, 여러 가지 부가상품과 함께 엄청난 매출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의복과 음식 뿐 아니라 교육과 장난감 모두 최고로 베풀어 주고 싶은 부모들의 공통된 소망이 어린이들을 위한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였고, 성장, 비염, 아토피 등 소아들을 위한 특화진료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활짝 웃는 엄마, 캠코더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촬영하는 아빠, 벤치에 앉아 손자들의 귀여운 재롱을 보며 박수를 치는 할머니…. 모두 어린이날의 아름다운 영상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있는 2007년 어린이날의 영상을, 방정환 선생님이 본다면 흐뭇하실 것이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짜증 섞인 말을 내뱉으면서 아이들의 뒤를 따라가는 아빠,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매를 맞고 있는 어린이, 입에 담긴 힘든 모욕적인 욕설을 자녀에게 퍼붓는 엄마…. 어린이날에도 종종 보게 되는 안타까운 풍경이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커다란 봉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빚어낸 광경이 아닐까?

밤이 늦은 시간까지도 인파는 많이 줄지 않았고, 놀이기구 이용에 많은 대기시간이 필요했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도 많았다. 벤치에는 곯아떨어진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평소 놀 시간이 없었던 엄마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우리들이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도 이와 같지 않을까? 과중한 학원공부로 몸도 마음도 항상 지쳐있는 아이들. 무슨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서, 그 힘든 공부를 하는 걸까?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런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할까? 우리 아이들이 정말로 받고 싶은 어린이날 선물은 무엇일까?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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