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은 내 평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된 때이다. 후학을 기르리라 마음먹었던 소박한(?) 꿈을 접고, 함소아 네트워크의 CEO가 되었던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내 삶에 있어서 전과는 다른 무언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한 일종의 상징 같은 거 말이다.
여자들이 머리를 자르는 것처럼 내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금연’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건강을 생각하고 한 결심은 아니었다. 담배는 대학시절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피우기 시작해 13년 이상을 나와 동고동락했다. 하지만 이왕 끊을 거 질질 끄는 게 싫어서 결심한 지 하루 만에 실행에 옮겼다.
함소아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듯 내 몸은 담배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 후 1년 동안 나는 너무 행복했다. 신기하게도 가슴이 갑갑하던 게 사라지고 아침마다 가뿐히, 그것도 상쾌하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게 된 것이다. 보통 금연 후에 나타나는 금단현상도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1년 동안이라고 특별히 못을 박은 것은 그 기간에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도 일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몸이 좋고, 금연은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담배를 물고 싶은 욕망이 사라졌다.
내가 끊은 것은 또 하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건강을 위한 일이었다. 금육(禁肉), 그러니까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내 건강을 걱정한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었다.
탁닛한 스님은 ‘화’라는 책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가 화를 일으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가 가득 찬 고기를 먹으면 우리 몸은 그 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화가 가득 찬 고기라……. 의미심장한 구절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고기는 그 옛날 공기 좋은 시골에서 여물을 먹고 쟁기를 끌던 동물의 것이 아니다. 며칠 전 신문에서도 좁은 우리 안에서 온갖 항생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돼지 이야기를 읽었다. 현실이 이러니 화에 가득 찬 고기는 질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금육을 하자 몸이 가뿐해지고 맑아지는 게 절로 느껴졌다. 동물들이 화를 풀지않는 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최혁용(함소아한의원 네트워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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