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삶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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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삶에 관하여
  • 승인 2007.04.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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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철의 부음을 접하며 -

필자가 자주 가는 인터넷 동호회에 추모글이 올라왔다. “원장님의 소개로 알게 된 키가 훤칠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아저씨. 음악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도 해주고 하모니카와 기타를 연주해주던 아저씨.” 그분은 신촌블루스 보컬을 맡았던 가수이고 영화 ‘비처럼 음악처럼’과 ‘노랑머리’의 주연을 맡기도 했던 김형철 님이다. 건강하고 쾌활하던 아저씨가 말기암 환자란 게 너무 믿기 힘들었다는 동호회원의 말처럼 충격적인 소식에 기사를 검색해보았다.

“그룹 신촌블루스 출신의 가수 김형철이 2일 오전 7시께 급성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46세. 대구 영신고교 재학 시절부터 음악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1988년 록그룹 ‘신화창조’의 보컬로 데뷔했다. 1991년 고 김현식이 몸담았던 그룹 신촌블루스에서 활동했으며 첫 앨범 ‘보이지 않는 꿈’을 비롯해 모두 6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1992년에는 김현식을 추모하는 영화 ‘비처럼 음악처럼’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으며 1999년에는 영화 ‘노랑머리’에도 출연했다. 1999년부터 대구에서 음악스쿨을 운영해 온 그는 오래 전부터 만성간염을 앓아오다 올해 초 갑작스럽게 급성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다.”

김형철은 간경화로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가수 김현식의 삶을 영화로 만든 ‘비처럼 음악처럼’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외모와 목소리, 창법이 김현식과 비슷하여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런데, 김형철이 김현식과 같은 간질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비슷한 두 사람의 인생이 또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동안 가수활동이 거의 없어서 대중에게서 잊혀진 가수이던 김형철이 세상을 떠나며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올랐다. 그래도 김형철은 세상을 떠나며 이름을 남겼는데,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는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 세속적인 인기를 떠나서, 김형철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동호회원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

간암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김형철도 자신의 삶이 40대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필자도 70~80세까지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노후를 대비하고 있는데, 성경 말씀처럼 오늘 밤에 하느님이 내 목숨을 거두어 가실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당신에게 내일이 없다면 오늘 점심식사를 나와 함께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요.” 영화 ‘퍼펙트 머더’에서 아내의 청부살인을 계획한 남편의 대사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만약 나에게 내일이 없다면 오늘 하지 못한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젯밤에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 놀아달라는 아이의 청을 거절했다. 아이가 커서 아빠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할 때가 오면 많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퇴근길에 활짝 만개한 목련과 수줍은 듯 몽우리를 터뜨린 벚꽃을 보며, ‘내일 일은 난 몰라요’란 노래를 불러본다. 아름다운 꽃들이 지고 나면 꽃구경을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김형철 님의 부고를 접하면서 삶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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