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광고만 하지 않으면 식품'은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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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광고만 하지 않으면 식품'은 어불성설"
  • 승인 2003.03.1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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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현실적 방지책 없는 법 제정은 불가"
한의협,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안' 의견서 제출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광고만 하지 않으면 한약처방을 식품으로 얼마든지 제조·판매할 수 있게 돼 국민 건강을 위협할 따름이다."

지난해 11월29일 김명섭 의원(민주당)의 발의로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한의협은 이같이 평가하고 "의약품이 사실상 건강기능식품으로 제조 판매되어 복용되는 것을 실효성 있게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전제되지 않는 이 법안의 제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의협이 9일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이 법안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제조·판매되고 있는 건강식품류에 대한 불법·허위·과대 표시·광고의 적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건강기능식품을 건전하게 육성하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인 한약을 건강기능식품화할 수 있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할 수 없도록'하고 있으나, 이는 편법적 표시 광고만 부추기게 될 뿐 한약처방을 비롯한 의약품이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돼 복용되는 것을 현실적으로나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제3조 정의에 '식품영양학적' 또는 '생리학적'으로 유용한 동물·식물·광물성 원료 및 그 성분을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한약재는 물론 '생약성분'을 포함한 일부 의약품도 원칙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할 수 없다"(제16조)고만 돼있을 뿐이어서 표시·광고만 하지 않는다면 질병의 치료·예방 용도로 쓰일 수 있는 한약도 건강기능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는 말이 돼 약리작용상의 효능이 있는 가를 불문하고 사람과 동물의 진료·경감·진단·처치 또는 예방에 쓰이는 물품을 의약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약사법체계와 상충된다.(약사법 제2조)

따라서 한의협은 △의약품의 용도로 사용되는 명칭이나 배합·혼합비율 또는 함량 등으로 또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제조·가공·수입하거나 판매 또는 진열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항 △의약품의 용도로만 사용되는 원료를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항 △이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처벌조항을 두는 사항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만성소모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감해 투약되는 '십전대보탕'이 시중에 '십전대보초', '가미십전대보초', '삼십전대보초', '녹용십전대보초' 등으로 제조돼 저소득층 및 노인계층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십전대보탕'은 열이 많은 환자에게는 금하는 처방이다. 특히, 녹용을 첨가할 경우 환자의 체질에 따라 불면증, 赤目, 성기능이상항진, 두통, 혈압상승, 발진은 물론 경우에 따라 중풍도 유발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처방이다.

따라서 이 발의안은 식품으로 잘못 유통되고 있는 이들 제품을 규제하지 않고 오히려 표시·광고만 하지 않으면 합법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서 개원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질병의 예방·치료 및 의약품의 오인 등 허위·과대 광고를 통해 소비자 피해 발생과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실천력이 문제이지 관련법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한의학을 왜곡하려는 것을 중단하고 식품위생법 등 기왕의 법 적용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명섭 의원측에서는 "발의 이후 복지부·식약청 그리고 관련단체 등과의 접촉을 통해 내용을 많이 수정해 곧 개선안을 내 놓을 예정"이라며 "한의사협회의 의견도 충분히 검토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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