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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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주몽
  • 승인 2007.03.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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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내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국민 드라마 <주몽>이 10개월여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주몽은 방영 3주 만에 시청률 20%를 넘었고 한국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35주 연속 시청률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주몽이 방영되는 날에 모임을 가지면 많은 회원들이 주몽 시청을 위해 일찍부터 귀가를 서둘렀고, 방영 다음 날이면 인터넷 게시판에서 다음 회의 줄거리를 확인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20~30대 젊은이, 중장년, 노년층까지 모든 세대의 사랑을 골고루 받았던 작품은 허준, 대장금 이후 오랜만인 것 같다. 타이틀롤을 맡은 송일국 뿐 아니라 한혜진(소서노), 김승수(대소), 전광렬(금와왕), 허준호(해모수), 오연수(유화부인), 이계인(모팔모), 원기준(영포) 등 주·조연급 연기자들이 모두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동안 우리 사극드라마는 대부분 역사적 자료가 많이 남아 있는 고려와 조선을 배경으로 하였는데, 주몽은 국내 드라마 최초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여 <연개소문>, <대조영> 등 안방극장에 ‘고구려 사극’ 돌풍을 일으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초기의 기획의도를 상실한 채, 지나친 상업화로 인한 역사왜곡과 엉성한 극적 완성도를 보여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에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역사적인 자긍심을 심어주는 바른 역사책 역할을 할 수도 있었는데, 점점 더 등장인물을 희화화시키며 사극 시트콤으로 변질되어 아쉬움이 더욱 컸다.

<주몽>을 보면서 고구려, 부여의 역사가 블록버스터 영화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의 대작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 근접한 비주얼을 만들고도, 부실한 스토리로 흥행에 참패한 경우가 많았다. 활쏘기의 명인 주몽이 오이, 마리, 협보의 도움을 받아 건설한 새로운 제국, 부러진 칼의 반쪽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유리의 여정, 고구려와 한나라의 피할 수 없는 대전투 등의 이야기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만든다면, 스토리 부재라는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스 로마신화’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몽, 금와왕, 해모수, 유화부인, 유리왕 등의 부여와 고구려 신화를 좀 더 멋지게 각색한다면 그리스 로마신화보다 훨씬 흥미진진할 것이다. 신화는 그 민족의 고유한 특성이 숨겨져 있는 징표이다. 재미있는 신화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니 이보다 좋은 역사교과서는 없을 것이다.
판타지 소설, 만화, 대하사극 드라마, 블록버스터 영화, 뮤지컬, 컴퓨터 게임, 그리고 장난감, 액션피겨, 티셔츠 등의 캐릭터 상품까지…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매력적인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주몽>을 볼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해본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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