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디지털 싱글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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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디지털 싱글의 시대
  • 승인 2007.01.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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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해를 정리하다 보면 좋았던 일보다 힘든 일, 아쉬운 일, 섭섭한 일이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연말의 각종 결산에서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음악계를 보니, 한미 FTA에서 미국 침구사와 동급으로 취급되는 한의계의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 음악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음반시장의 계속된 몰락과 디지털 싱글의 급부상”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DVD나 CD와 같은 저장매체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을 하여 많은 음반, DVD 애호가들의 노여움을 샀었는데,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승환이 그의 9집 음반 ‘Hwantastic’<사진>을 발매하면서 CD라는 매체로 나오는 마지막 앨범이라고 선언을 하였고, 조지 마이클도 2005년에 발매한 음반 이후에는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만 음악활동을 하겠다고 하였다. 영화에서도 필름의 자리를 DLP가 대신하고 있고, 워너 브라더스에서는 온라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MP3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CD에 비해 떨어지는 음질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사용의 간편함과 P2P를 통한 기하급수적인 전송으로 음반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은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과 맞물려 음반시장을 초토화시켰다. 90년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200만장 이상 팔리고 댄스그룹 룰라의 ‘날개 없는 천사’도 100만장을 돌파하던 호황기와 비교하면,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한 음반이 30만장도 넘기 힘든 지금의 음반시장은 날개 없는 추락이라고 할만하다.

요즘 라디오에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들으면 음반 판매순위와 더불어, 디지털 싱글, 벨소리, 통화연결음, 블로그 배경음악의 다운로드 순위를 발표한다.
음악을 구매하는 환경 뿐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감상하는 음악이 아니라 일상의 배경으로... LP의 먼지를 조심스럽게 닦고 턴테이블에 올려 정성스럽게 듣는 음악이 좋아서 처음 CD도 멀리했었는데, 이제 CD도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아 무척이나 아쉽다.

타이틀곡 한 두개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함량미달의 곡으로 채운 앨범도 음반시장 몰락의 중요한 이유였기에 디지털 싱글은 환영받을 만하다. 가수나 제작자는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도 저렴하게 한 곡만 구매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 재즈나 클래식처럼 대중성은 부족해도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몇 년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C&C Music Factory’라는 그룹의 노래를 소개하면서 “음악을 공장에서 찍어낸다면 왠지 섬뜩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던 DJ의 멘트가 생각이 난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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