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상호고용 실익없다” 의료계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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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상호고용 실익없다” 의료계 부정적
  • 승인 2006.11.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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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는 반대입장 확고, 양의계도 갸우뚱

의료인의 상호고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시안이 의료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열린 ‘의료법 개정 실무작업반’ 제6차 회의에서 의료기관의 종별 기준을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의원·치과의원·한의원 및 조산원으로 나눈 것을 의원급 의료기관 및 조산원, 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전문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재편하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복지부는 한발 더 나아가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종별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되어 있는 의료기관의 정의를 바꿔 ‘의원급 의료기관’의 정의를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주로 외래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라고 규정했다.
더욱이 복지부는 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전문병원급 의료기관에도 의사, 치과의사 외에 한의사가 함께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런 내용의 의료법이 개정될 경우 의료인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 종합전문병원급 의료기관에 의료인 종별에 관계없이 근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한의사가 의원이나 병원, 종합전문병원에 근무할 수 있고, 양의사도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근무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종별 의료인에 따른 근무 의료기관의 철폐로 다른 종별 의료인 간 상호협진과 공동개원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한·양방 복수면허자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 의료이용을 편리하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법적인 측면의 고려도 깔려 있다. 양방과 한방의 협진을 통해 진료영역 다툼을 방지하자는 의도에서다. 한의사의 CT 사용을 방사선과 의사의 고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제기되자 의료계는 매우 부담스런 모습이다. 한의계는 한의사의 의료기사권 문제가 해소되고 양방의료기관에 취업함으로써 한의사의 고용기회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진료패턴도 한약위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의료기사지도권 문제와 직결되는 각종 검사장비는 한방병원급에서 요구될 뿐 일반 한의원급에서는 그다지 효용성이 적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자본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한의사가 양의사에게 고용돼 한의학이 양의학의 보조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런 분석은 의료일원화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곳에서 근무하는 형태는 뒤집어 보며 의료일원화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효과가 의심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곳에서 치료받으면 효율성이 증대되는 측면이 있지만 약물의 상호작용이 연구된 바 없는 상황에서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의료가 일원화되고, 한의학의 정체성도 위협받고, 궁극적으로 한의사의 위상도 떨어지는 상호개원을 한의계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도지부한의사회는 거의 대부분 반대입장으로 정리한 상태이며, 최근 열린 시도지부장협의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한의협도 조만간 입장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의계는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의협은 한 마디로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객관적으로 보아 한의사에게 CT나 MRI 등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하면서도 사실상의 일원화 효과가 있다고 보아 반기는 측면도 있다.

특히 한의계의 반대 목소리에 반비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엿보이지만 대체로 입장이 어정쩡하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의협은 24일 제7차 실무작업반 회의가 끝난 뒤인 26일 각 시도지부장과 직역별 회의를 열어 입장을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밀어부칠 경우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의료법 개정시안은 유보돼야 한다”고 단호한 어조로 주장했다. 의료법의 틀을 바꾸는 작업인 만큼 의료계에도 검토할 시간은 줘야 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다만 한의협은 일부 조항은 반대하되 항목별로 세밀하게 나눠 검토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 의료법개정시안 전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올 해 안에 개정안을 낸다는 일정”이라면서 “성안 여부는 실무작업반 회의가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밝혀 최종 향방은 7차 회의가 끝난 이후에나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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